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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도 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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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07-2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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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문신 서유망이 성균관의 으뜸 자리인 태학장의(太學掌議)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임금이 성균관 문묘의 공자 신위에 참배를 할 때 성균관에서의 의례는 태학장의가 책임지도록 정해 있었다.

 

이 때 선열(先烈)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하마비(下馬碑 그 앞을 지날 때에는 신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누구나 타고 가던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石碑)) 앞에 이르면 모두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려 예의를 표해야 했다. 하마비 앞에서 백관이 모두 말에서 내리는데, 어영대장(御營大將)의 말이 빨리 달리는 바람에 고삐를 제어하지 못해 하마비를 뛰어넘어 수십 보 안까지 들어갔다.

 


이에 서유망이 예에 의해서 그 마부를 잡아 가두니, 어영대장이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하였다. 임금이 이 사실을 듣고 도승지 서유문에게 명하였다.

 

“어영대장이 경솔하기는 했지만 대장이란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바 갑자기 길에서 다시 임명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니 네가 달려가서 유망을 타일러 그 마부를 석방하게 하고 어영대장으로 하여금 그대로 봉직(奉職)하게 하라.”

 

서유문은 서유망과 사종형제(四從兄弟 10촌의 먼 친척) 사이로 임금의 간곡한 뜻을 서유망 에게 전하였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법에 따라 행한 일이거늘 어찌해서 다시 그것을 거두란 말이오.”

 

이에 임금이 서유망의 구촌삼촌인 서매수에게 다시 한 번 명하였다. “경이 그를 위해 한 번 더 말하라.”

 

“그는 신의 조카이온데 성질이 강직하고 또 예에 비추어 법을 지키고 있사온데 신이 어찌 감히 억지로 하겠습니까. 하오나 한번 말은 해 보겠습니다.” 서매수는 이렇게 답하고 서유망을 찾아가서 임금의 뜻을 다시 전하였으나 서유망은 오히려 크게 노해서 말했다. “한 명의 태학장의가 법을 지키는 일 때문에 도승지와 대신이 자꾸 찾아와 법을 수행할 수가 없으니 청컨대 장의를 사직하겠습니다.” 서매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달랬다.

 

“내가 어찌 그대에게 강요하겠는가. 다만 내 마음속의 생각을 말하려는 것이다. 임금께서 성균관의 명륜당에 거동 하셨는데 그대가 어찌 사직 하겠는가.”

 

서매수는 서유망이 사직하겠다고 하는 것을 만류하고 이 사실을 임금께 아뢰었다. 그러자 임금도 그의 절의를 높이 평가하여 일을 법대로 처리하도록 하였다. “내 서유망의 그 절의를 어찌할 수 없구나. 영의정으로 하여금 어영대장의 일을 보도록 해라.”

 

위계질서가 있는 사회에서 일하다 보면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인데도 윗사람의 의견에 맞추어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유망은 이러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굳히지 않았다. 윗사람에게 아첨하기 위해 자신의 올바른 행동을 거두느니 차라리 사직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서유망의 행동을 대하는 임금의 자세역시 되새겨 볼만 하다.

 

임금은 처음부터 서유망이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에게 마부를 석방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임금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정상 부득이하게 임시방편을 따르고자 했을 뿐이다. 결국 임금은 일의 책임을 맡고 있는 서유망의 의견을 존중하고 법을 따르고자 하는 그의 절의를 높이 평가하였으니, 이 역시 조직사회의 윗사람으로서 가져야할 훌륭한 자세이다.


각종 부정부패 유혹이 넘치는 요즘세태에 우리 공직자들이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얼마나 투명하게 공무를 수행해 나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청렴 일화이다. /경기도 청렴대책반장 박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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