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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15년간 181억쓰고도 D·E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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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4-10-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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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시한 문화재청의 국가지정문화재 특별점검결과 남한산성이 E등급, 남한산성 행궁이 D등급이 나왔다.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해고,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중한 문화유산에서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충격이다.


남한산성은 E등급으로 여기저기서 천장균열, 기둥 옹이탈락, 여담 균열 및 파손 등 갖가지 문제가 발견이 됐다.

 


행궁은 이보다는 덜하지만 D등급으로서 처마누수에 담장에 큰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지만, 참 안타깝다.

 


문제는 이렇게 훼손이 발견된 곳들이 대부분 복원된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대체 어떻게 복원을 했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까? 누가보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보인다.


작년에 크게 문제가 됐던 숭례문 복원은 전통기술이 모자란 상황에서 5년만에 모든 것을 복구한다고 서두르다가 그랬다고 치자. 그러나 남한산성은 그렇지도 않다.


1998년 행궁전역을 시굴하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하나씩 복원해가고 있다.(현재 행궁 인화관 2차 복원공사중) 15년간 181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 이제 웬만큼 복원이 됐나 했더니, 10년도 되지 않은 곳을 다시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청이나 전통기와 같았으면 전통기술이 단절됐다는 핑계라도 댈텐데, 처마에서 물이 새고, 담장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합니까? 이것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문화재들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치만, 남한산성 복원사업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 문화재복원의 구조적인 문제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우선 문화재 복원작업의 연속성이 없다.


문화재는 장기간의 복원이 필수다. 서두르다가 실패한 것이 숭례문 아닙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그런데 남한산성 복원을 보면 단계적으로 한 것까지는 좋은데, 공사업체가 제 각각이다.


2003년 행궁 좌전 복원공사는 ‘장원종합건설’이라는 곳에서 수행했다. 그런데 2008년 행궁 하궐 복원은 ‘봉림종합건설’, 2012년 행궁 인화관 1차 복원은 ‘계림종합건설’, 2013년 인화관 2차 인화관 복원은 ‘재성종합건설’이 수행한다.


단청도 마찬가지다. 2005년 행궁 상궐 좌전 단청공사는 ‘서원기공’이, 2011년 행궁 하궐 단청공사는 ‘고진티앤시’라는 회사가 담당한다.


행궁의 여러 시설을 나누어서 복원을 하는 동안 각기 다른 업체들이 참여한 것이다. 전문분야별로 나눠서 공사를 수행한 것도 아니고, 제각기 새로운 회사와 새로운 인부들이 공사를 이어간다. 이래서야 어디 제대로 된 복원이 가능하겠습니까?

 

다음으로 입찰제도의 문제점이다. 남한산성 행궁 인화관 복원공사를 보면 최저가입찰제도의 문제가 발견된다.


앞서 소개한 ‘계림종합건설’은 2011년 8월 30일 문화재수리업 등록을 하고, 2012년 5월 14일 인화관 1차 복원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등록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업체가 남한산성같은 중요한 문화재의 복원공사를 따낸 것. 이유는 간단하다. 조달청 입찰에 총 17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낙찰하한선에 미달한 1개업체를 제외하고 제일 낮은 금액을 써냈기 때문이다.


적격심사가 있긴 했지만, 공사금액 기준 시공실적 80%이상, 부채비율 기준이 145%이하면 모두 만점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공사를 따낼 수가 없다. 업체들이 우수한 기술자를 고용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문화재청 예산이 수조원이 돼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를 고치더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지금 문화재복원은 아파트 건설하고 다를 게 별반 없다.


문화재청이 관리해야할 문화재는 많은데, 예산과 인력은 적은데다, 대부분의 문화재관리는 지자체와 민간에 맡겨져 있다보니 어려움이 많은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책목표를 분명히 하고, 복원공사의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다 보니 얼추 구색은 갖춰진 것 같은데, 살펴보면 정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지금 문화재청이 보고한 자료를 보면, 듣기 좋은 말은 다 들어 있지만, 내년에 국정감사를 해보면 얼마나 개선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만큼은 하나를 하더라도 명쾌하게 개선해주길 바란다.


특히 남한산성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복원과 수리는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곽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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