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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에 걸린 돼지가된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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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1-11-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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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퇴근한 가장(家長)이 모처럼 만에 삼겹살 파티를 제안 했다. 손수 조리까지 하겠다는 가장의 말에 아내가 동의했다. 가장과 아내는 요즘 구제역(口蹄疫)으로 '돼지고기 값이 폭락'했을 것이란 예측에서 값싼 삼겹살로 5식구가 마음껏 포식하리라 생각했다.

 

아내가 삼겹살 1근(600g), 상추, 짬장, 마늘을 사기 위해 2만원을 가지고 집밖으로 나갔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삼겹살 불판'이 달궈지는 데에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포만감을 느꼈던 시간도 잠시, 사늘한 기운이 흘렀다. 아내가 가지고 돌아온 건 삼겹살 반근 남짓되는 비닐 봉투 하나였다. 아내는 "돼지고기 1근에 2만4천원이란 말에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값싼 삼겹살을 사기 위해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다. 결국 반근 남짓되는 삼겹살만 사고지고 돌아 왔다. 아내는 몇달전 삼겹살 1근에 1만2천원선이었기에 요즘은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1근 값이 8~9천원 선에 머루를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가장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챙겨 집 밖으로 나갔다. 삼겹살을 추가로 사고 상추와 쌈장, 마늘도 사왔다. 가장의 입은 딱 벌어졌다. 먹고 사는 문제가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장이 구운 삼겹살을 가족들은 즐기기는 커녕 '구제역에 걸린 돼지마냥' 질검질검 입맛 없이 씹기 시작했다. 결국 남은 삼겹살은 냉장고 속으로 들어갔다.

 

구제역 파동, 조류 독감이 창궐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소고기,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값이 비싸도 평소처럼 먹고 즐긴다. 바로 학습효과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축산 농가의 도산을 막고, 영세 상인들의 생계 위협을 막기 위해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시킨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삼계탕을 먹는 모습, 광역단체 시장들이 삼겹살을 먹는 모습 등 언론 홍보 효과가 지금에서야 나타나고 있다.

 

물론 방역기관들은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므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구제역에 걸린 가축과 접촉한 사람 중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사람이 없었다. 소 등 가축 도축 후 예냉 과정에서 고기가 숙성되며, 그 과정에서 그 고기의 산도(pH)가 낮아지므로 고기에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연 사멸되며(pH 6이하 또는 9이상에서 불활화) 구제역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50℃ 이상에서 사멸) 때문에 고기를 요리할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가 파괴된다고 소비를 촉진시켰다.

 

또한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는 유통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일단 구제역이 발생되면 '구제역 긴급 행동지침'에 따라 이동제한 및 발생농장 사육 가축의 전두수 살처분·매몰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도축시 수의사가 임상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도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의 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는 홍보효과가 먹혀 들어갔던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구제역 파동에도 안심하고 평상시처럼 고기를 먹고 있다. 학습은 길들여지고 잠재력은 무뎌져 결국 선입관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어떻든 구제역 파동에 이어 길들여진 육류 식습관, 공급부족으로 인한 고공 물가는 서민들이 고기 맛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현재 모자라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보충 하기 위해 수입관세를 폐지하는 등 수입량을 부지기 수로 늘리고 있다.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농·수·축산물을 지키기 위한 농민단체의 수고는 헛 것이 된다.

 

한번 길이 터지면 가로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농·축·어민들은 FTA가 농수축산물까지 허용되면 도산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상인들 또한 힘든건 마찬가지다. 상인들의 말을 빌리면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40%가 줄었다"고 한다. "구제역 때문에 수입산이 팔리면서 가격이 오른 고기를 살 사람도 없고, 살 사람이 있다해도 팔 물건이 없다"며 '예고된 폐업'을 말한다.

 

구제역 여파로 지역축제 등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주요 관광지 상권은 침체되었다. 도축장이 문을 닫은 상태고 정육점을 비롯한 도·소매업, 지역의 음식숙박업이 위축되면서 서비스업 생산은 얼어붙었다. 유엔이 한국을 '구제역 상재국'으로 규정하면서 외국관광객은 크게 줄어 관광회사도 죽을 맛이다.

 

거기다 설을 앞두고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뛰고 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추산한 설 제수용품 준비 비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19만 5천원, 지난해 보다 21%나 오른 액수다. 그러나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그 이상이다.

 

제삿상에 올릴 고기를 대신해 과일을 구입하려해도 오른 가격은 마찬가지. 결국 '간소화'밖에 없다. 모르긴 해도 조상들이 '밥한 그릇, 냉수 한 그릇'올린 제삿상을 보고 짜증은 내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이처럼 살기 힘든 것을 알고, 일제시대의 압박과 배고픔을 떠오르며 이해하리라 믿는다.

 

구제역으로 금융시장은 춤을 추고 있다. 돼지고기를 대상으로 한 돈육 선물 거래가격은 ㎏당 7천50원으로 2008년 개장 이래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급등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도 돼지고기 선물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탓이다. 수입육 유통업체와 닭고기 생산업체 등 관련기업의 주가 역시 구제역 파급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구제역으로 2달간 282만 마리 소, 돼지가 도살돼 땅 속에 묻혔다. 세계인구의 3분의1은 하루 1끼니로 연명하며 20%는 기아로 굶주리고 있다. 이중 매일 2만 4천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는다. 만약 도살된 282만 마리가 먹어치운 곡식을 미개국에 보내 식량난을 다소 해소했다면 어떠했을까?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밀 등 곡물 70%가 가축의 먹이로 활용된다. 쇠고기 600g(1근)을 생산하는 데 소가 먹어치우는 곡식의 량은 무려 700여명이 한꺼번에 먹고도 남을 량이라고 한다. 만약 육류를 즐겨 먹는 선진국들이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먹는다면 개도국에 식량을 지원하고도 남는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육식을 줄이고 채식 습관을 기르면 어떨까.

 

정부가 나서서 예방접종과 전방위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긴 하다. 방역당국 및 전염병과 관련된 공무원들은 사살의 현장에서 밤낮 없이 힘겨워 하고 있다. 우리는 매번 엄청난 국난이 되풀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먹고 살기에 힘들다 보니 현실에 안주해 어려움을 잊고 예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정치·행정인들의 도덕불감증과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안중에도 없는 그런 의식이 또다른 문제를 유발하고 사고를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닐까? 나를 위주로한 네가 아니라 너를 위주로 한 나의 성장, 즉 타자와의 소통을 기르는 일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모르긴 해도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282만 마리의 살처분된 소, 돼지들은 구천을 떠돌다 또다시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은 크다.

 

돼지와 함께 땅 속에 묻혀진 바이러스들은 새로운 숙주를 만나 '변형 바이러스'로 다시 태어나 침출수를 통해 토양을 오염시키(2차 오염)고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미생물, 식물 등은 생태계를 파괴할 준비를 할 것이다. /곽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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